에게海에 뜬 낭만의 '뉴 문' 산토리니

입력 2018-10-14 15:56   수정 2018-10-14 19:58

여행의 향기

고아라 작가의 그리스 섬 여행 (6) 산토리니

이아 마을 굴라스 성당에 올라
일몰 바라보면 감탄사 쏟아져
아틀란티스 서점 '득템' 재미 쏠쏠

산토리니 해안가 따라 걷다보면
해산물 레스토랑 등 맛집 빼곡
해질녘엔 대부분 식당이 만석

하얀 가지·케이퍼·파바 빈 등
산토리니만의 음식 맛봐야
드라이 화이트 와인도 유명




그리스 바다에 떠 있는 6000여 개의 섬 중 가장 아름다운 섬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어느 섬이든 저마다의 매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그러나 머릿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섬 하나가 있다. 쪽빛 바다 위에 새겨진 초승달 모양의 섬, 지중해와 꼭 닮은 푸른 지붕을 머리에 얹은 집들이 가득한 섬, 에게해의 찬란한 보석 산토리니다. 우리에게는 유명 음료의 광고 속 배경으로 친숙한 산토리니는 그야말로 ‘낭만 여행지’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동화같이 새하얗고 푸른 풍경이 산토리니의 전부는 아니다. 거친 바위산 속에 숨겨진 산토리니의 순수한 민낯, 화산재에 묻혀있던 고대 문명과 형형색색의 해변, 여행에 풍미를 더하는 음식과 술까지. 이 섬에 가면 알게 된다. 산토리니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

자연이 빚고 인간이 그린 섬

산토리니는 키클라데스 제도 최남단 섬으로 정식명칭은 테라(혹은 티라, Thera)다. 언제나 평화롭고 아름다웠을 것만 산토리니지만 이 섬이 지나온 역사는 다사다난하다. 산토리니는 본래 하나의 섬이었다. 기원전 17세기께 미노아 문명을 멸망시킨 대화산 폭발로 육지가 무너져 내리고 분화구에 바닷물이 들어차면서 여러 개의 섬으로 쪼개졌다. 재앙은 그치지 않았다. 이후로도 발생한 세 번의 화산 폭발로 섬은 잿더미가 됐고, 비교적 최근인 1953년에는 큰 지진이 덮치면서 산토리니는 또다시 폐허가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산토리니를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산토리니에 남겨진 것들을 최대로 활용해 섬을 복구하기 시작했다. 화산섬에서는 자라기 힘든 나무 대신 화산재를 이용해 아치형의 가옥을 짓고,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을 막기 위해 벽면에 하얀 회반죽을 발랐다.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는 파스텔 톤으로 겉을 칠하고 담벼락에는 꽃을 심었다. 둥그런 교회의 돔 지붕에는 그리스의 상징인 푸른색을 담고, 절벽에 구멍을 파서 만든 산토리니 전통 동굴집들은 호텔과 리조트로 탈바꿈했다.

황폐했던 화산섬의 절벽은 곧 아기자기한 건물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사람들은 다시 이 섬에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산토리니는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로 발돋움했다. 산토리니를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현재 진행 중이다. 섬이 지닌 고유의 개성과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기 위한 다양한 방책을 매뉴얼로 만들고 주민들은 이를 자율적으로 이행한다.

예를 들면 ‘가옥의 벽면은 주변과 잘 어울리는 색상으로 칠해야 하고, 담벼락은 허리보다 높지 않아야 한다’와 같은 것들이다. 실제 동네의 골목을 걷다 보면 벽면을 페인트칠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비수기에는 거의 모든 집이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아름다운 바다 위 초승달 모양의 섬을 만든 것은 자연이지만, 그 위에 그림을 그린 것은 인간이다. 산토리니는 자연과 이와 더불어 살아가려 노력하는 인간의 아름다운 합작품인 셈이다.

굴라스 성당에서 바라보는 황금빛 노을

하늘길로 오든, 바닷길로 오든 모든 산토리니 여행은 섬의 수도 피라(Fira) 마을에서 시작된다. 본섬의 서쪽, 화산섬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경치 좋은 이 마을에 산토리니 인구의 80%가 살고 있다. 섬 최고의 번화가답게 항구와 버스터미널, 여행사 등을 비롯한 모든 편의시설이 모여있다. 구불구불한 골목에는 기념품숍과 각종 상점, 카페가 즐비하다. 산토리니의 역사를 담은 티라 선사시대 박물관, 세인트 존 대성당, 메트로폴리탄 정교회 같은 굵직한 볼거리들도 모두 피라 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섬 최북단에 있는 이아(Oia) 마을은 산토리니에서 가장 오래된 거주지로 피라와 더불어 산토리니를 대표하는 마을이다. 하얀 집과 파란 지붕,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산토리니의 풍경을 간직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이아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석양이다. 바다가 보이는 절벽이라면 어디서든 일몰을 감상할 수 있지만 그중 굴라스(Gulas) 성채가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힌다. 절벽 위의 집들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마을 전체는 고요에 휩싸인다.

그저 푸르기만 하던 하늘과 바다가 온통 붉게 물들고 태양이 마침내 바닷속으로 퐁당 빠져들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참아왔던 감탄사를 터뜨린다. 세상 모든 사랑이 모여 섬이 된다면 이런 모습일까.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다. 이아 마을에서 잊지 말고 봐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아틀란티스 서점이다. 영국인 부부에 의해 설립된 이 서점은 오래된 옛 선장의 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동화 같은 내부 인테리어도 볼거리지만 다른 곳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서적들을 ‘득템’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아 마을 성채에서 절벽 바닥으로 이어지는 250여 개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아무디 베이(Ammoudi Bay)에 도달한다.

해안가를 따라 줄지어 있는 해산물 레스토랑들은 로컬들도 즐겨 찾는 맛집촌이다. 이아 마을만큼이나 아름다운 석양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일몰 때가 되면 모든 레스토랑이 만석을 이룬다. 칼데라 중심에 자리 잡은 이메리비글리(Imerovigli) 마을은 18세기까지 섬의 수도를 담당했던 곳이다. 산토리니에 있는 5개의 성 중 가장 중요한 성으로 꼽히는 스카로스(Skaros) 성채가 바로 이곳에 있다. 600년간 단 한 번도 점령당하지 않았던 난공불락의 성이었지만, 19세기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그 영광도 막을 내렸다. 마을에서 성채까지는 도보로 약 20분, 가는 길은 다소 험난하다. 그러나 정상에 서면 피라와 이아는 물론 화산섬까지 아우르는 산토리니 최고의 전망을 품을 수 있다.

각양각색, 산토리니의 또 다른 얼굴들

산토리니를 유명하게 만든 대부분 볼거리는 칼데라를 따라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것만 보고 떠난다면 산토리니의 반쪽만 본 것이나 다름없다. 절벽 반대편에는 푸른 평야가 펼쳐져 있고, 섬 남쪽으로 향하면 굵직한 능선이 가득한 석회암 지대가 장관을 이룬다. 이것들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직접 걷는 것이다. 산토리니 본섬에는 8개의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다. 그중 고즈넉한 피르고스(Pyrgos) 마을을 시작으로 산토리니에서 가장 높은 산 프로피티스 일리아스(Proftis Ilias)와 고대 티라 유적을 거쳐 페리사(Perissa) 해변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특히 아름답다.

목가적인 시골 마을부터 때 묻지 않은 거친 바위산의 전경, 탁 트인 바다 풍경까지 모두 아우르는 알짜배기 코스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번잡한 거리에 지쳤다면 메사고니아, 엠포리오, 피니키아 같은 마을들을 들러보자. 순박하고 정겨운 산토리니의 진짜 삶을 만날 수 있다. 메사고니아는 산토리니 지역 맥주인 ‘동키’의 양조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칼데라를 도저히 떠날 수 없다면 피라와 이아를 잇는 트레킹 코스를 도전해 봐도 좋다. 총길이 11.7㎞, 왕복 6시간은 족히 걸리는 만만치 않은 코스지만 숨막히는 에게해의 풍광을 원 없이 담을 수 있다. 오랜 시간 이뤄진 화산 활동은 산토리니만의 독특한 해변을 만들어 냈다. 검붉은 절벽이 인상적인 레드비치, 거대한 석회암으로 둘러싸인 비밀스러운 화이트 비치, 검은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페리사와 카마리(Kamari) 비치까지 다양하다. 레드비치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아크로티리(Akrotiri) 유적지가 있다. 고대 화산폭발로 멸망한 문명 도시의 흔적이 담긴 곳으로, 1967년 그리스 고고학자에 의해 발굴이 시작됐다. 두꺼운 화산재로 인해 도시의 모습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에게해의 폼페이로 불리기도 한다.

고소한 파바 빈 한 입, 달콤한 빈산토 한 잔

산토리니에 왔다면 체리 토마토(Cherry Tomato), 하얀 가지(White Eggplant), 케이퍼(Caper), 그리고 파바 빈(Fava Bean)으로 만든 음식을 꼭 맛봐야 한다. ‘토마토나 가지가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과 화산재의 영향을 받은 토양을 먹고 자란 덕에 달콤함은 두 배, 독특한 맛까지 더해진다. 보통 선드라이 토마토나 잼을 만들어 다른 식재료와 함께 곁들어 먹는다. 산토리니의 하얀 가지는 이름 그대로 보라색 대신 하얀색을 띠고 있다. 보통 가지에 비해 씨가 적고 달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그릴을 한 후 올리브유와 오레가노, 발사믹 크림을 뿌려 먹거나 으깨서 샐러드로 먹는데 이게 채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풍미가 좋다. 파바 빈은 산토리니에서 나는 입자루가 긴 콩이다. 보통 파바 빈을 곱게 갈아 올리브와 양파, 케이퍼 등을 섞은 후 퓌레로 먹는다. 고소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좋은 음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좋은 술이 따르는 법이다. 산토리니 드라이 화이트와인의 품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섬의 대표 품종인 아시르티코(Assyrtiko)로 만든 것을 최고로 친다. 포르투갈에 포르투 와인이 있다면, 산토리니에는 빈산토(Vinsanto)가 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디저트 와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조는 산토리니다. 빈산토는 햇볕에 말린 포도를 발효시킨 후 오크통에 최소 2년을 숙성해서 만든다. 진한 색과 향, 눅진하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산토리니에서는 포도를 재배하는 방식이 조금 특이하다. 포도덩굴을 바구니 형태로 엮어 최대한 지면과 밀착시킨 후 그 안에서 포도를 자라게 하는 일명 ‘쿨루라(Kouloura)’라는 전통 방식을 사용한다. 척박하고 고온 건조한 화산섬의 기후를 극복하려는 산토리니 사람들의 지혜가 포도밭 가득 널려있다.

산토리니= 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여행정보

한국과 산토리니를 잇는 직항은 없다. 아테네에서 비행기 혹은 페리를 통해 들어가야 한다. 고속 페리의 경우 4시간, 일반 페리는 9시간, 항공은 약 45분이 소요된다. 호텔과 레스토랑을 비롯한 편의시설은 3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문을 여는 것이 일반적이다. 겨울철에는 거의 모든 곳이 문을 닫는다. 성수기는 5월에서 8월 말까지다. 아크로티리 유적지는 11~3월 오전 8시~오후 3시(월요일 휴관), 4월4일~10월31일 오전 8시~오후 9시20분(화요일 오전 8시~오후 3시)이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12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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